루손섬 북부 고원지대에 위치한 필리핀 바기오(Baguio)는 여름의 수도(Summer Capital)라는 별명답게 선선한 기후와 울창한 자연환경 속에서 고즈넉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도시입니다. 해발 약 1,540m 고지에 자리 잡은 바기오는 열대의 더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수려한 풍경과 함께 식민지 시대의 유산, 예술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매력을 자랑합니다. 특히 필리핀 내에서도 문화적으로 가장 개성 넘치는 도시 중 하나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합니다.
바기오의 역사와 문화
바기오는 미국 식민지 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900년대 초, 미국은 고산지대의 시원한 기후에 주목해 바기오를 여름철 정부 청사와 고급 휴양지로 개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도시는 유럽식 정원, 공공건물, 별장 등 서구식 건축양식을 중심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지금도 바기오 곳곳에서는 그 시기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세션 로드(Session Road)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심가와, 미 대사관 별장이었던 더 맨션(The Mansion)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식 교육과정이 일찍부터 도입된 바기오는 여러 대학과 예술학교가 밀집해 있는 교육과 예술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바기오는 단순히 서구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필리핀 고유의 민족문화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이고로트(Igorot) 부족의 삶의 터전이었고, 지금도 그들의 전통과 문화는 바기오의 정체성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민족촌(Minas View Park)이나 타말타마난(Tam-Awan Village) 등에서 이고로트의 전통가옥, 공예, 민속 공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바기오의 예술 시장과 수공예품 가게에서도 토착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역에 걸쳐 펼쳐진 공원과 자연 공간은 바기오를 더욱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듭니다.
필수 관광지
번햄 파크 (Burnham Park)는 바기오 도심의 중심에 위치한 번햄 파크는 도시를 설계한 미국인 도시계획가 다니엘 번햄의 이름을 따 만든 공원으로, 바기오 시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휴식처입니다. 이곳은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넓은 산책로, 자전거 대여소, 보트 체험장, 꽃시장, 어린이 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보트를 타고 호수 위를 천천히 유영하거나, 이른 아침 안개 속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바기오의 고요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라이트 파크 (Wright Park) 더 맨션 (The Mansion) 는 라이트 파크는 높이 뻗은 소나무와 길게 이어지는 연못이 인상적인 공원으로, 인근에 자리한 더 맨션과 함께 둘러보기 좋은 관광지입니다. 더 맨션은 미국 식민지 시절 당시 필리핀 총독의 여름 별장이었으며, 현재는 필리핀 대통령의 공식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외부 관람만 가능하지만, 유럽풍의 하얀 건물과 철문은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입니다. 라이트 파크에서는 승마 체험이 가능하여, 현지 복장을 입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재미도 더해집니다. 마인즈 뷰 파크 (Mines View Park)는 바기오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전망대 중 하나인 마인즈 뷰 파크는 광산 도시로서의 바기오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예전 금광 마을이었던 이 지역은 지금은 관광지로 탈바꿈해, 높은 전망대에서 코딜레라 산맥과 광산 흔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주변에는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토속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스폿, 그리고 현지 음식을 파는 노점이 있어 바기오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베나 캅 박물관 (BenCab Museum)는 바기오 외곽 고지대에 자리한 이 박물관은 필리핀의 국민화가 중 한 명인 벤 카브레라(Ben Cabrera)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현대 미술관이자 민족 문화의 보고입니다. 갤러리에는 그가 직접 수집한 이고로트 전통 유물부터 현대 미술 작품까지 폭넓게 전시되어 있으며, 예술 애호가뿐 아니라 문화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에게도 인상 깊은 체험을 선사합니다. 특히 건물 자체가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형태로 지어져 있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초록빛 계곡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적 경험이 됩니다. 타말타마난 마을 (Tam-Awan Village)는 바기오의 토착 문화와 예술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타말타마난 마을은 꼭 방문해야 할 곳입니다. 이곳은 코딜레라 지역의 전통 가옥을 재현해 만든 민속촌으로, 이고로트 부족의 생활방식, 공예 기술, 전통 예술을 전시 및 체험할 수 있는 문화 마을입니다. 방문객은 전통 복장을 입고 춤을 체험하거나, 대나무 공예와 그림 그리기, 민속 공연 등을 체험할 수 있으며, 현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션 로드 (Session Road)는 바기오 시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세션 로드는 쇼핑, 식사, 산책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서양풍 건물과 현지 가게들이 혼재된 거리 풍경은 바기오 특유의 문화적 혼합을 상징하며, 특히 주말에는 도로 양옆에 노점이 줄지어 있어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현지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바기오의 유명 베이커리나 카페, 맛집도 대부분 이 거리 근처에 위치해 있어 여행의 출발지로 제격입니다. 바기오 인근 라 트리니다드(La Trinidad)는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딸기 산지로, 계절에 따라 딸기 따기 체험이 가능한 농장이 운영됩니다. 현지 농부들의 안내를 받아 직접 딸기를 수확하는 체험은 어린이들과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수확한 딸기를 활용한 딸기 아이스크림이나 딸기 타르트 등 다양한 딸기 디저트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딸기잼, 딸기 초콜릿, 딸기 와인 등 기념품으로 좋은 현지 특산품도 구입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명소입니다.
음식체험 및 여행 팁
음식 또한 바기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고산지대에서 자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며, 특히 딸기, 로메인 상추, 브로콜리 등이 유명합니다. 현지인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바기오 롱가니사(Baguio Longganisa)는 마늘향이 풍부한 돼지고기 소시지로, 바기오 스타일의 타파와 함께 로컬 음식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또, 고산 지역답게 따뜻한 커피와 초콜릿 음료가 인기 있으며, 카페 바이 더 루인스같은 카페에서는 예술적 분위기와 함께 다양한 현지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여행 팁으로는, 바기오는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질 수 있어 얇은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시내는 도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비교적 작지만, 언덕이 많고 지형이 굴곡져 있어 택시나 현지 교통수단인 지프니(Jeepney)를 이용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바기오는 마닐라에서 버스로 약 5~6시간 소요되며, 이동 시에는 사전에 예약을 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관광도시로서 너무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예술과 전통이 공존하는 문화적 깊이, 그리고 상쾌한 기후까지 갖춘 바기오는 도시의 번잡함을 떠나 진정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필리핀의 색다른 얼굴을 보고 싶다면, 바기오야말로 가장 특별한 선택이 되어줄 것입니다.